홍순명
Hong Soun
홍순명 <장밋빛 인생>
Hong Soun <La vie en rose>
2017. 3. 10 Fri ~ 2017. 4. 2 Sun
Opening Reception 2017. 3. 10 Fri 6pm
Artist Talk 2017. 3. 18 Sat 4pm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은 2017년 3월 10일부터 4월 2일까지 회화를 주매체로 활동 중인 홍순명 작가의 개인전을 진행한다. 특정 사건 현장을 촬영하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모아둔 사진 아카이브에서 고른 이미지의 일정 부분을 추출하여 그린 <사이드 스케이프 Side Scape>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듯이 작가는 직접적인 현장 묘사를 비껴가고 여백으로서의 풍경을 캔버스 속에 담는다. 사건의 현장성이나 긴장감 보다는 몽환적이고 고즈넉한, 혹은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이미지들이 전시장 속을 부유하듯 설치되곤 하였다. 이는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작업태도이기도 하다. 특정 사건 사고가 소개되지만 이를 ‘묘사’하거나 ‘상징화’하는 방식을 피하고 회화적 표면을 순수한 매체적 질감으로 채워나가는 작가의 독특한 방법론으로서 제시된다. 이번 <장밋빛 인생 La vie en rose> 전시에서 홍순명 작가는 분홍빛의 톤이 주가 되는 회화 이미지로 전시공간을 채워나간다.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회, 정치적 이슈들은 홍순명 작가의 캔버스 위에서 차분한 톤을 유지한 채 아름답고 기묘한 이미지로 환원된다.
인터뷰
1. 요즘은 주로 회화 매체를 다루고 계시지만 초기에는 다양한 재료도 다루시고 설치 작업도 많이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화 작가로서 오랜 기간 동안 다루어오셨던 다양한 매체들과 이에 대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고등학교 시절에 그림을 시작했는데 화실이나 미술부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 그림 그리는 재주가 없었다. 자연스레 그림이 아닌 다른 장르에 관심을 두었고 그러다 보니 회화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를 경험해 본 것 같다. Paris에서는 석판화를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주로 설치미술을 했었다. 영상이나 사진도 조금 해 보았다. 003~2004년에 계기가 있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상당한 재미를 느꼈다. 설치미술을 할 때는 제작이나 전시 설치 과정을 즐기긴 했지만 뭔가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다. 허나 회화는 하면 할수록 여러 면에서 내게 어울리는 (제작과정은 좀 지루하게 느끼고 있다) 매체라고 느꼈다. 이후 지금까지 회화의 재미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허나 내 회화작품에는 판화나 사진의 느낌이 배어 있다. 그리고 전시를 할 때에는 설치 작품을 했던 경험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수십 년 하던 일이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2. 여러 가지 사건에 대한 많은 이미지 자료들을 리서치 하시고 모아두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사건들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이들을 어떤 관점에서 어떤 종류의 이미지나 자료를 모으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작품에 대한 생각은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우리의 삶 전체가 작품의 대상이기에 일상 속에서 언제, 무엇이 소재나 주제로 다가올지 모른다. 언제나 의식이 깨어 있어야 하고 그 가운데에서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얻는다. 요즘은 대한민국의 정세가 어지간한 영화보다 다이나믹하다 보니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다. 관심 가는 것이 작품의 소재가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이번 전시도 그러한 과정에서 나온 주제이다. 허나 작품을 제작할 때에는 직접적인 표현은 피하려고 노력한다. 하나의 특정 사건을 그리더라도 결과물은 평범한 풍경이나 보통의 인물화처럼 보이도록 노력한다. 아무래도 나는 그림의 소재가 된 이야기 보다는 화면의 효과나 분위기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3. <사이드 스케이프> 시리즈 등의 페인팅을 보면 처음에는 마냥 고즈넉하거나 분위기 있는 풍경처럼 보이는데 알고 보면 여러 사건 사고들의 장면 중 일부라고 알고 있습니다. 작가로서 실제 현상을 마주하는 독특한 태도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현 시대의 실제 사건들을 바라보는 작가님의 태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2003년 그림을 처음 그릴 때 무엇을 그릴 것인가를 오랫동안 고민했었다. 풍경이나 인물을 그리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아름다운 경치보다는 사건들에 더 흥미를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대부분의 사건들은 일종의 풍경을 머금고 있기에 그것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풍경을 담고 있는 사건과 사건을 담고 있는 풍경 사이를 오가며 작업을 하게 되었다. 사건 자체보다는 그 사건을 감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그리고 싶었고 그림만으로는 어떤 사건인 지 알 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게다가 사건의 기운을 느끼기 이전에 평범한 풍경으로 보이기를 원했다. 허나 알고 보면 이런 풍경들은 바람 잘 날 없는 우리의 일상이다.
Side scape는 세상을 바라보는 비켜난 시각이라고도 할 수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무심하기만한 자연에 대한 경의라고도 할 수 있다. 혹은 한 사건을 바라보는 확신에 찬 시각보다는 애매함을 내포할 수밖에 없는 포괄적 시각을 선택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가끔은 그림을 그리면서 사건을 분석하거나 재구성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만드는 재미에 빠지기도 한다.
4. 한 가지 색채의 다양한 톤을 구사하시면서 만들어내는 화면이 독특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작업하실 때 고르는 색상에 대한 기준 혹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신지요?
굳이 말한다면 원래의 색에서 살짝 바랜 색을 좋아한다. 이런 색은 내게 가벼움, 애수, 외로움, 시간의 흐름 등의 단어를 연상하게 한다. 내가 그런 것들을 좋아하나 보다. 다른 이유는 어린 시절 판화를 오래 했었는데 내 판화작품이 비슷한 톤으로 3~4색을 이용한 경우가 많았었다. 그 영향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내가 뭐든지 여러 개를 늘어놓고 일을 못하는 성격이다. 물감도 너무 많이 꺼내 놓으면 산만해서 정신을 못 차린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몇 개 안되
는 색으로 그리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허나 이 모든 이유들이 찾으려 하다 보니 그렇게 말하는 거고 지금의 작품은 그냥 수없이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작업에서 결과물은 언제나 의도적인 것과 우연적인 것이 함께한다.
5. 이번 전시의 이미지들이 내포한 여러 가지 사건들에 대한 소개가 가능할까요?
우선 4대강 사업에 대한 이미지들을 큰 그림으로 그렸다. 그 외에 방산비리, 평화의 댐, 영국의 필트다운 맨 (piltdown man) 사건, 터키의 토건 족들의 건설사업 등을 그렸는데 어떤 것이 전시 될 지는 설치하면서 결정이 될 것 같다. 그림들은 많건 적건 모두 다 핑크색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핑크빛 미래를 약속하거나 꿈꾸었던 사업들이었음을 상징한다. 허나 그 핑크빛은 뒤에 가려진 음모들을 숨기기 위한 가림 막이었고 실상은 다른 목적들이 있었던 사건들을 그린 그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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