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르는 껌딱
Things That Stick and Roll
정주원
Jeong Juwon
2026. 10. 03 Sat ~ 10. 24 Sat
주최・주관 : 정주원
글 : 정주원
디자인: 마카다미아 오
촬영: 홍철기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2026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본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의 K-Art청년창작자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지원받은 사업입니다.
전시 서문
구르는 껌딱이 되어
글. 정주원
나는 가끔 스스로를 한쪽 다리가 짧아진 사람처럼 느낀다. 삐뚤어진 자세로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은 어느새 나를 절뚝거리며 나아가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삶의 무게가 작업으로 쏠리면서, 정작 균형 잡힌 삶에서는 한 걸음 멀어졌다. 이제 삶과 작업은 서로 달라붙어 구분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서로를 지탱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삶을 떠난 작업은 어떻게 될지, 작업이 사라지면 삶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얼마 전 아버지가 인공고관절 수술을 하셨는데, 뼈와 신경이 유착되어 있었다고 한다. 유착이란 마땅히 분리되어야 할 것이 비정상적으로 붙어 있는 상태다. 어쩐지 유착이라는 말에 애착이 갔다.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들이 엉겨 붙어 나오는 덩어리가 내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작업과 삶, 가족과 나, 이야기와 이미지, 면과 선이 달라붙어 있다.
근 몇 년 사이 몸무게가 급격히 늘고 줄기를 반복했다. 몸은 정신에게 조종당하는 육체일 뿐 아니라 종종 정신을 바꾸기도 한다. 작은 캔버스와 큰 캔버스에 같은 대상을 그리는 것이 완전히 다른 일인 것처럼 말이다. 급격한 변신을 거듭하는 몸을 보며 자연스레 작업의 변화로 생각이 미쳤다. 작업이 계속 바뀌며 한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는 것이 오랜 고민이었다. 정의되지 않는 지점들이 답답하게 느껴지면서도, 언어가 너무 명료해지면 오히려 본래의 작업과 멀어질까 두려웠다.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더라도, 이미지나 서사가 엉켜 있는 채로 그 자체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다.
≪구르는 껌딱≫은 이러한 두 가지 특성 — 달라붙어 있는 것, 움직이고 바뀌어 가는 것 — 을 담은 제목이다. 이번 전시는 유착 그리고 이동과 변화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출발점을 내가 서 있는 곳으로 두되, 한 방향의 주제와 소재로 작업을 한정 짓지 않으려 했다.
주로 그려진 것은 변하는 얼굴과 몸, 작업에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 반복되는 장소의 이동 속에서 마주친 장면들, 뭔가가 엉킨 풍경들이다. 특히 흘러내리는 눈꺼풀, 주 1회 꽂는 위고비, 내가 볼 수 없는 나의 얼굴을 그린 자화상, 살 덩어리들은 변하는 몸에 대한 장면들 이다. 정신은 1인칭 시점이지만 몸은 3인칭 시점이라 느낀다. 늘 변한 것이 없는 듯하지만, 시야를 벗어난 신체는 계속 변해간다. 거울과 사진을 보지 않고 그린 자화상은 나와 닮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껌딱이 구르며 주워 모은 것들>(2026)은 말 그대로 구르는 껌딱과 그가 주워 모은 것들을 형상화한 작업이다. 탑의 형태로도 볼 수 있지만, 수직으로 솟기보다는 거미줄처럼 넓게 퍼져 서로 연결된 느슨한 무더기에 가깝다. 아이소핑크로 껌딱의 몸체를 만들고, 기존 종이 드로잉 <일단 덮어놓고 구르기>(2026)의 조각들을 잘라 표면에 붙여, 뒹굴며 붙여온 흔적처럼 보이게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껌딱들을 연결하는 것은 가늘게 잘린 천들, 그리고 그 위에 옮겨 적은, 껌딱이 구르며 수집한 문장들이다.
구르는 순간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걷는 것이 응시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이라면, 구를 때는 시야가 없다. 그저 몸으로 지형을 느끼며 구를 뿐이다. 내가 어딘가로 구르고 있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저쪽을 향해 굴러도, 일어나 보면 모르는 곳에 와 있을 수도 있다. 삶은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늘 잘 모르지만 늘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럼에도 구르기는 의미가 있다. 가장 원초적인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걸어 다니면 발바닥만 지면에 닿지만, 구르면 온몸이 지면에 닿는다. 온몸으로 직접 나아가는 행위다. 바닥을 구르며,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고, 끈끈한 성질로 그것들을 껴안거나 뱉어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작가 소개
정주원은 캔버스 앞에 앉았을 때에 본인의 살갗에 맞닿아 있다고 생각되는 문제,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을 그리려고 한다.
회화는 그리는 사람의 몸과 가장 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매체라고 생각하며, 작가와 작업 사이의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작업을 하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발 딛고 있는 지점, 작가를 둘러싼 상황, 개인적 서사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곤 했다.
최근에는 4대가 함께 사는 가족 형태를 경험하며, 세대 간의 돌봄과 의존, 그것에서 비롯되는 복합적 감정에 관심을 가져왔다.
또한 회화의 표면, 사람의 피부, 나무의 껍질 세 가지가 모두, 겪어온 시간이 압축되어 반영된 표면이라는 유사성을 가진다는 점에 주목하며, 그림의 표면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정주원(b.1992)은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이후 한국예술 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전문사를 졸업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에서 박사 과정으로 재학중이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무덤과 둥지》(갤러리2 중선농원, 제주, 2025), 《팽팽한 위로와 안웃긴 농담들》(아트스페이스 보안2, 서울, 2024), 《불멸의 크랙》(GOP Factory, 서울, 2022), 《목젖까지 던지세요, 사랑에》(온수공간, 서울, 2021) 등이 있으며, 주요 그룹전으로는 《젊은 모색 2025: 지금, 여기》(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5), 《착륙지점(Landing Point)》(아라리오갤러리, 서울, 2024), 《PERIGEE UNFOLD 2023: 세 개의 전날 저녁》(페리지 갤러리, 서울, 2023) 등이 있다. 금천예술공장(2016-2017),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2022-2024)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26-2027)에 입주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아라리오 뮤지엄, 뮤지엄 호두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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