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A-KimJiye01.jpg

옷자락, 흔들리는 뼈

Swaying Cloth, Trembling Bones
 

김지예

Kim Jiye


2024. 8. 15 THU ~ 2024. 9. 15 SUN

​후원 : 서울문화재단

전시소개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는 2024년 8월 15일부터 9월 15일까지 김지예 작가의 개인전 1부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10여 점의 부조 및 환조 형식의 신작 도자 작업을 소개한다. 작가는 흙물(slip)에 담궈낸 일상 의복 등을 굳힌 후 구워내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흙으로 조형한 형태를 불에 구워 단단한 제형을 만들어내는 일반적 도자 작업과는 달리, 김지예는 실제 존재했던 오브제를 사라지게 하는 방법으로서 흙과 불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불의 속성을 매개로 하여 원래의 옷 자체는 소멸하고, 흙을 매개로 그것이 존재했던 흔적 혹은 자국만을 남기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김지예는 부조와 환조 등 조각적 형식을 차용한다. 그는 대부분의 전시 작업을 벽면에 설치하는데 이 중 일부는 수평 방향으로 띄운 상태로 설치한다. 벽면에 설치된 작업들, 즉 부조의 경우 작가는 자신이 입던 옷 중에서 골라 원하는 모양을 유지하여 구워진다. 굽는 과정에서 원래의 천은 모두 -불의 고열에 의해 재조차도- 연소되어 사라지는 현상이 생긴다. 이는 자신이 평소에 입었던 작가의 의복에 대한 모든 서사를 휘발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의복은 인간의 신체를 대변하기도, 상징하기도, 포장하기도 한다. 의복이라는 고유의 성격이 그러하듯 김지예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흔적으로서의 도자 매체는 원본과 기능이 삭제된 채 존재의 부재를 통한 존재의 증명을 만들어냈다.

천장에 매달린 환조 형식의 작업은 천, 종이, 말린 식물, 코코넛 섬유 등 작가가 채집한 다양한 오브제들을 쌓아 올린 조형 작업에서 출발했다. 아슬아슬한 조형물은 흙물과 함께 가마 속으로 들어간다. 이들이 구워지는 동안 원래의 뼈대가 된 오브제들이 사라지는 순간, 남겨진 얇은 도자 부분은 전체 오브제들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져내리게 된다. 무너진 모습은 실패의 흔적이지만 또한 우연히 만들어지게 된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조형이기도 하다. 이에 작가는 자신이 빚은 흔적만이 남겨진 일종의 무덤인 동시에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 인큐베이터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김지예는 이 전시에 앞서, 부드럽거나 매끄러운 그리고 연약한 표면을 지닌 촉각적 오브제들을 연출하곤 했다. 최근 전시에서는 단단한 메탈(스테인리스)에 지탱하여 결합된 얇고 연약한 도자기 형식의 조형물로 제시하기도 했다.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의 이번 개인전에 이어 2부는 2024년 12월 중에 오시선(OSISUN)에서 개최한다. 2부에서는 지지대의 역할을 하곤 했던 스테인리스 부분이 천, 금속 등 다른 재료와 결합한 형식 혹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모양새를 함께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형식으로부터 새롭게 발생하는 또 다른 조형적 메시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노트

오래 전, 친구가 유령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있다. 그녀는 유령이 테이블 귀퉁이에 희미하게 걸쳐져 있다가 순간 사라지는, 작은 천 조각 같은 모습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나는 어떤 존재를 이루게 하는 모양에 대해, 표정과 얼굴이 삭제된 것으로, 혹은 사물이나 열매와 같이 육체 바깥에 있는 것들로 상상해왔던 것 같다.

 

아무렇게나 벗어서 떨어뜨린, 혹은 어딘가에 툭 걸쳐져 있는 옷은 누군가의 신체가 고여 있던 흔적이자 비어있는 허물처럼 보인다. 팔 다리가 통과하는 입구와 신체를 닮은 형상 같은 옷의 필연적 특질들을 변형하며 동식물, 은유적 단어들과 관계하는 존재를 떠올린다.

 

인체 형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그가 ‘비워진 자리’이기도 한 의복은, 연소되어 사라진 물질의 형체가 새겨진 도자 표피만이 남는 내 작업 형식과 닮아있는 것 같다.

 

연약한 물질들에 흙물을 입혀 세우고, 들어올려 도자화하려는 내 시도들은 빈번히 실패한다. 가마의 고온 속에서 바스라지고 무너진 작업들은, 동식물의 유해를 연상케 하는 모습으로 흩어지고 고정된다.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 예측 밖의 서사를 품고 돌아온 이 흔적들은, 내게 어떤 죽음의 상태이자 시들지 않은 질문이 된다.

The Space Willing N Dealing is hosting Part 1 of the solo exhibition <Swaying cloth, Trembling Bones> by artist Kim Jiye from August 15 to September 15, 2024. This exhibition will showcase over 10 new ceramic works in the form of reliefs and freestanding sculptures. Kim Jiye has been working with a process that involves dipping everyday clothing items into slip (liquid clay) and then firing them. Unlike traditional ceramic techniques, which involve shaping clay and hardening it through firing, Kim employs clay and fire as a means to make objects disappear. Through the medium of fire, the original clothing disintegrates, leaving behind only traces or imprints of its existence through the clay.

Kim Jiye adopts sculptural forms such as relief and freestanding sculpture. Most of her works are installed on walls, with some pieces displayed horizontally, suspended from the surface. For the relief works installed on the walls, the artist selects clothing she has worn, arranging it to maintain the desired shape before firing. During the firing process, the original fabric is completely burned away, leaving no trace—not even ash—due to the intense heat of the fire. This process also serves to erase all narratives associated with the clothing the artist used to wear. Clothing can represent, symbolize, or conceal the human body. In Kim Jiye's work, the ceramic medium, which remains as a trace of the original clothing, embodies the proof of existence through the absence of the original, as its function and form are erased.

The suspended sculptures take inspiration from the artist's assemblages of various collected objects such as fabric, paper, dried plants, and coconut fibers. These precarious structures are placed in the kiln along with liquid clay. As they are fired, the original objects that formed the framework disappear, and the remaining thin ceramic elements collapse under the weight of the overall structure. The resulting fallen forms are traces of failure, yet they also represent unexpected new sculptures created by chance. The artist describes these works as both tombs, preserving the traces of her creation, and incubators, symbolizing the birth of new life.

Prior to this exhibition, Kim Jiye often created tactile objects with soft, smooth, and delicate surfaces. In her recent shows, she presented fragile ceramic sculptures supported and connected by sturdy metal (stainless steel) structures. Following her solo exhibition at Space Willing N Dealing, the second part of <Swaying cloth, Trembling Bones> will be held at OSISUN in December 2024. In Part 2, the stainless steel elements that previously served as supports will be seen in combination with other materials like fabric and metal, or as standalone forms. This shift will allow for the exploration of new sculptural messages emerging from these different configurations.

WORKS

1.jpg
3.jpg
7.jpg
8.jpg
2.jpg
4.jpg
5.jpg
6.jpg
9.jpg
10.jpg

VIEWS

Kim Jiye_24.09.16(09).jpg
Kim Jiye_24.09.16(08).jpg
Kim Jiye_24.09.16(06).jpg
Kim Jiye_24.09.16(12).jpg
Kim Jiye_24.09.16(03).jpg
Kim Jiye_24.09.16(02).jpg
Kim Jiye_24.09.16(05).jpg
Kim Jiye_24.09.16(17).jpg
Kim Jiye_24.09.16(16).jpg
Kim Jiye_24.09.16(14).jpg
Kim Jiye_24.09.16(15).jpg
Kim Jiye_24.09.16(18).jpg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