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싹하게 부드럽게
Whispers of the Unsettling
권순영, 이미정
2024. 9. 27 FRI ~ 10. 20 SUN
전시소개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는 2024년 9월 27일부터 10월 20일까지 권순영, 이미정 2인전 <오싹하게 부드럽게 Whispers of the Unsettling>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 여성 작가의 개별 서사를 중심으로 한 부드럽고 섬세한 이미지의 질감과 색감이 풍부한, 마치 동화 속 풍경에 둘러싸인 듯한 공간을 연출한다. 관객은 두 작가 특유의 환상적이거나 심리적 긴장감을 증폭시키면서도 때로는 잔혹해 보이는 이미지들을 통해 기묘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권순영은 “슬픈 모유” 시리즈나 “고아들의 성탄” 시리즈 등 약자로서의 여성과 아이들이 겪는 현실을 섬세한 감정선과 우화적 감흥으로 묘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가 제시하는 이미지들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정물과 행복해 보이는 풍경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적인 유년 시절의 경험과 사건 속에서 느꼈던 어두웠던 감정과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잔혹성이 미적 상징성을 통한 서술로서 드러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미정 역시 작업의 주제를 개인적인 경험과 상황으로부터 시작된 일상으로부터 추출한다. 작가는 일상 속 분주한 움직임과 집이라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것들을 소재로 하여, ‘그림자 노동’이라 불리우는 가사 노동을 작가 특유의 조형적 표현으로 가시화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청소, 설거지, 요리 등 가사 노동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자본으로 환원되지 않는 현실을 검은색 실루엣을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빛의 효과로부터 형상화한 이미지로서 표현한다고 말한다. 이는 디즈니 만화 속에서 마법사가 등장하는 어느 장면처럼, 저절로 만들어진 듯한 환경은 사실 지독한 노동이 따르는 현실임을 환기시킨다.
이미정이 시도해왔던 무대적 공간으로서 연출 방식의 전시형식은 이번 전시에서 인물과 이야기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이는 관객이 이미정이 연출한 공간 속에서 각자가 주인공으로서 들어가보게 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즉 자신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면서 인물의 움직임이 중심이 되는 구성을 보여주는데, 이는 꾸준한 관심사로서 다루었던 집이라는 환경으로부터 확장하여 이번에는 주인공이 되는, 작가가 명명한 ‘집사람’의 초상이기도 하다. 이로써 이미정의 애니메이션 속 움직임을 연상시키게 하는 부드러운 곡선이 두드러지는 인물들의 배치가 전시장 전체를 연결하는 동시에 그 사이로 드러나는 권순영의 화면들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이 세계를 반영하는 서사 그 자체임을 드러낸다.
권순영은 전통 동양화 재료인 장지와 먹, 분채 등을 재료로 사용한다. 세필을 사용하여 반복하여 중첩한 선과 색은 종이의 표면에 스며들면서 시간의 깊이감을 드러낸다. 권순영이 그리는 대상들은 대부분 상상에 의하여 형성된 캐릭터와 정물이다. 이는 TV속 만화 캐릭터, 어디선가 구입한 인형이나 오브제, 모아둔 죽은 벌레 등 작가의 기억에서 기인하였기에 그 모습이 익숙해 보이면서도 악몽처럼 오싹하게 변형된 모습으로 등장하곤 한다. 이에 반해 이미정 작가의 cut-out 페인팅은 기존 작업 벽화, 캔버스 페인팅 등의 형식 변주의 실험에서도 완벽한 색면과 깔끔하게 정리된 선적 구성 등에서 그 특징을 보여주었다. 대략의 스케치가 디자인툴로 옮겨지면서 그 이미지의 색과 크기, 두께 등을 그래픽화하여 산출해 낸다. 이를 기반으로 컷팅한 합판의 표면 위로 다시 작가의 아날로그적 방식의 페인팅이 섬세하게 채워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표면 채색 과정에서 계획된 도색에 더하여 즉흥적인 완성이 시도된다. 이는 모든 것을 계획하고 예측된 결과를 위한 과정이라기 보다는 ‘그리기’를 통해 모종의 완성을 만나게 되는 작가의 또 다른 긴장된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작가소개
권순영
“... 세계가 온전할 수 있는가. 온전하지 않다면 그것을 그림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시킬 수 있을까? 내 그림 속의 풍경이 불안정하고 모순적인 형태를 갖는 것은, 다소 비약이 있겠지만 그로 인해 타당성을 얻는다고 본다. 부서진 파편과 이야기들은 누더기를 기운 이불처럼 펼쳐져있다. 그 누더기 이불을 덮고 누워본다. 온기가 있다. 그리고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어지러운 세상에 잠시 눈이 내린다면 다들 그 순간만큼은 되돌아가지 않을까? 영원이 늙지 않을 것만 같던 어린 시절의 그 순진무구함 속으로.” (2024년 작가노트 발췌)
권순영은 인간의 본성에 관심을 두고 인간 내면에 실재하는 폭력성, 성욕, 두려움, 불안, 소외, 슬픔, 연민, 애정, 그리고 사랑의 감정에 이르기까지 강렬하면서도 동시에 비가시적인 세계를 동화적 판타지의 형식으로 재현하는 작업에 집중해 왔다.
권순영은 단국대학교와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각각 동양화를 전공하였으며 개인전으로는 Flashback(관훈갤러리, 2007), Empty Smiles, 슬픈 모유(갤러리팩토리,2011, 2014), 눈물의 여정(소소갤러리, 2017), 유령의 땅(더 소소, 2023) 등이 있다. 단체전으로는 아아! 동양화:이미 항상 변화(화이트블럭, 2023), The SoSo special( 더소소, 2022), 밤을 넘는 아이들(서울대학교 미술관, 2022), 현대회화의 모혐: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019), 솔로쇼(해담하우스, 2018), A STORY WITHOUT A STORY(갤러리룩스, 2017), 스틸엑츠(아트선재, 2016), 무진기행(금호미술관, 2016) 등이 있다.
이미정
“오래된 단어들은 입속에서 오래 굴려 먹은 사탕 같다. 데굴데굴 닳고 닳아, 곧잘 미끄러진다. ‘집사람’이라는 말은 사전적 의미로 기혼여성을 뜻하며, ‘자신의 아내를 겸손하게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오래된 이 단어는, 남성은 집 밖에서 일하는 ‘바깥양반’이고 여성은 집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내포하고 있기에, 국립국어원은 ‘집사람’을 ‘양성 불평등 관련 표현’이라 표명했다. 그러나 어떤 남성은 이러한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정겹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내를 ‘집사람’이라 부른다. 어떤 여성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자신의 남편을 ‘집사람’이라 부르며 일상에서 작은 전위를 시도한다. 그리고 나는 분주히 움직이는 인물의 초상(肖像)에 ‘집사람’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내 손끝에서 이제 막 만들어진 새로운 이미지는 이렇게 오래된 단어를 달고, 오늘의 당신을 만나러 왔다.” (2024년 작가노트 발췌)
이미정은 시대적으로 합의된 가치관과 공통된 미감이 담긴 전형의 이미지들을 관찰하고, 이를 ‘조립식 회화’로 만들어 왔다. 동시에, 공간 지각적 상상을 이끄는 작업을 전개하며, ‘조립’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 익숙한 이미지 저변에 깔려있는 동시대의 보편가치를 독해하며 일상을 재현하는 동시에 배반한다. 유행을 통해 점점 유사해지는 공통의 풍경 속에서 메타적인 이미지를 길어올려, 삶의 형태를 유비하는 세계의 도식을 그린다.
이미정은 홍익대학교 도예·유리과, 회화과를 졸업한 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개인전으로 <SUITE>(G Gallery, 2022), <SANDWICH TIMES>(송은아트큐브, 2020), <The Gold Terrace>(아트딜라이트, 2018), <위로는 셀프>(OCI미술관, 2013)등을 개최했으며, <Summer Love>(송은, 2022), <새일꾼 1948-2020>(일민미술관, 2020), <IN_D_EX : 인덱스>(서울시립미술관, 2018)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KdMoFA Taipei Taiwan (2017),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2020),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 (2022)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OCI미술관(서울), 국립현대미술관(서울), 관두미술관(대만)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The exhibition "Whispers of the Unsettling," featuring works by Kwon Soonyoung and Lee Mijung, runs from September 27 to October 20, 2024. This two-person show highlights the individual narratives of the two female artists, showcasing soft, delicate imagery with rich lines and colors, creating an environment that feels like stepping into a fairytale. Viewers are invited to immerse themselves in the mysterious atmosphere of the artists' unique, fantastical works, which evoke psychological tension and, at times, a sense of brutality, heightening the eerie unease that pervades the space.
Kwon Soonyoung has portrayed the harsh realities faced by women and children in vulnerable positions through her series such as "Sad Breast Milk" and "Orphans' Christmas," blending delicate emotional nuances with a fable-like sensibility. In this exhibition, her images may initially appear to depict beautiful, fantastical still lifes and seemingly happy landscapes, but upon closer inspection, they reveal a darker narrative. The unsettling emotions she experienced during her childhood and the cruelty of the world are subtly conveyed through aesthetic symbolism. Similarly, Lee Mijung's work also draws from personal experiences and everyday life. Her work focuses on the often-overlooked aspects of domestic labor, known as “shadow labor,” using her distinctive artistic language to make this invisible work visible. Lee explores themes such as cleaning, dishwashing, and cooking, highlighting the reality that these tasks, despite their value, are not recognized or translated into capital. She expresses this through images created using the effects of shadows and light, representing the unrecognized labor as dark silhouettes. Much like scenes in Disney animations where a wizard conjures a seemingly magical environment, Lee’s work reminds us that this effortless-seeming space is actually the result of grueling labor.
In this exhibition, Lee Mijung’s previous approach of creating theatrical spaces evolves into a format that emphasizes characters and storytelling. Unlike her earlier works, where the audience entered the space as the protagonist, this time the focus shifts to the central figures, with greater attention to their movements. This marks a progression in her exploration of domestic environments, now expanding to portray the 'house person,' a term coined by the artist. The soft, flowing curves of her figures, reminiscent of animated movements, seamlessly connect throughout the exhibition. Meanwhile, Kwon Soonyoung’s works, displayed between Lee’s scenes, reveal deeply personal yet universal stories, reflecting both her inner world and the broader realities of life. Together, the two artists’ works engage in a dialogue that bridges the personal and collective experience.
Kwon Soonyoung uses traditional East Asian materials such as jangji (Korean mulberry paper), ink, and mineral pigments in her work. Her finely layered lines and colors, applied repeatedly with delicate brushstrokes, gradually seep into the paper, revealing a sense of depth and the passage of time. The subjects Kwon depicts are largely characters and still lifes formed from her imagination. These figures, derived from her memories of cartoon characters on TV, dolls or objects purchased somewhere, and collected dead insects, appear familiar yet often take on an eerie, nightmarish transformation.
In contrast, Lee Mijung’s cut-out paintings retain the hallmark characteristics seen in her experimental works with murals and canvas paintings, including solid color fields and clean, precise lines. A rough sketch is transferred into design software, where the image's color, size, and thickness are graphically refined. From there, the design is cut into plywood, upon which Lee meticulously applies her analog painting technique. In this exhibition, she combines her pre-planned coloring process with spontaneous elements, allowing for improvisation in the final stages. This approach highlights a tension in the artist’s process, where the act of painting itself leads to an unforeseen but meaningful resolution, rather than adhering strictly to premeditated out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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