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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규
Maeng Seongg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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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ELEVEN>

맹성규 Maeng Seonggyu

2021. 4. 7 Wed ~ 2021. 4. 30 Fri

아티스트 토크 : 2021. 4. 18 Sun 4pm 패널_김정은 작가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space_willingndealing

​후원 : 서울문화재단

전시소개

2021년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의 첫 전시이자 맹성규의 첫 번째 개인전인 《SUNDAY ELEVEN》이 4월 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종교적 환경 속에서 자랐던 맹성규는 미술가로서 동시대 종교를 외부적 시선으로 관찰하면서, 작가 본인이 경험한 한국의 기독교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업을 통해 구현한다.

교회의 예배시간인 일요일 오전 11시는 ‘SUNDAY ELEVEN’이라는 전시 제목을 통해 이질적인 뉘앙스로 표기되며 종교적 기호의 해체를 암시한다. 전시장 입구의 붉은 네온사인과 공간의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펫은 종교적 의미 없이 물질적으로 관객에게 우선적으로 경험된다. 이어지는 전시장 벽면에 설치된 텍스트작업은 붉은 사물을 상징화하는 문장에 구체적 정보들을 더해가며 상징화를 방해하고 점차 해체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아버지가 설립한 ‘세계로교회’의 외관을 모방하여 <세계로 트래블 어댑터>를 제작하였는데, 이는 자본주의의 슬로건인 ‘세계로’를 종교적 상징으로 차용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자 ‘세계로’를 탈-종교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제안이다. 작가는 현재 대만에서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세계로 트래블 어댑터>를 보내서 작업의 의미와 작동방식을 현지인들에게 설명하는 영상을 촬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관객은 가족이라는 친밀한 관계 속에서 서로 다른 이념으로 인한 해석의 간극이 발생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교회가 필요에 따라 수많은 상징을 만들어내는 반면, 맹성규는 전시를 통해 언어와 사물을 상징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해체의 과정을 제시한다. 종교적 상징으로부터 분리된 언어와 사물은 개방된 기표로써, 관객 개개인의 경험에 의해 새롭게 의미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둘 것이다.

맹성규는 서울대학교 시각디자인과와 서양화과, 서양화과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SeMA 벙커(서울)와 중문대학교(홍콩), 우석갤러리(서울) 등에서 그룹전을 가졌다.

작가노트

한국의 경제개발 이데올로기가 기독교에 의해 거부되기보단 오히려 흡수되면서, 다수의 한국 개신교회는 성장신화에 대한 열망과 효율성의 논리를 종교적 언어로 재생산해왔다. 국가와 교회의 성장은 신의 축복으로 해석되었고, 교회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자본주의의 방법론이나 대중 매체 등 어떠한 것이라도 활용해도 된다는 식의 맹목적 태도는 현재까지도 비일비재하게 목격된다. 교회의 각종 로고와 슬로건, 주의를 끄는 광고방식 등은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이데올로기와 방법론이 여과없이 수용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며, 기업이 상품 판매를 위해 수많은 이미지를 도구적으로 차용하는 방식은 교회가 외부의 기표를 취하는 방식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종교적 메시지와 무관한 대상까지도 종교적 상징으로 의미화하고 선언하는 자의적 태도와 이것을 문제시하지 않는 관료적 권위주의는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한국의 기독교문화 속에 만연한 것이었다.

본 전시는 교회에 의해 생산된 자의적 상징을 해체적으로 다루고, 교회가 종교적인 것으로 선언한 기표를 중성적이고 보편적인 것, 관객에 의해 탈-의미화될 수 있는 개방적인 것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세계로 트래블 어댑터>(2017~)에서 나는 목사인 아버지가 지은 ‘세계로 교회’의 건축적 형태를 본따서 세계 여행용 어댑터를 만들었다. 사용을 위해 내장된 단자를 꺼내려면 교회의 외관이 열리고 접히고 꺾이는 등 물리적으로 해체되어야만 하는 <세계로 트래블 어댑터>의 구조는 종교적 슬로건으로써의 '세계로'가 해체되어 통상적 의미로써의 '세계로'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Red Materials>(2021)는 교회에서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 오브제들을 자의적 의미로부터 분리시키는 텍스트 작업이다. 교회의 자의적 언어체계는 실용적 기능을 갖춘 사물을 손쉽게 상징화하지만, 설치된 텍스트는 사물의 물질적 특성과 일상적 맥락에 관한 정보를 더해가며 효율적 상징화를 방해하고, 결국 사물을 상징으로부터 완전히 분리하는 단계를 보여준다.

교회의 자의적 의미체계는 주로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만 유통되는 폐쇄적 성격을 띠는 것처럼 보인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용어와 표현들이 있는가 하면, 교회 내부에서 문제시되지 않았던 자의적 해석방식이 때때로 시민사회에 노출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나는 교회의 경직된 기호체계가 교회 밖의 기호와 접촉함으로써 유연해지고 소통의 가능성을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로 트래블 어댑터>는 ‘종교적 의미의 세계로’가 ‘실용적 의미의 세계로’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며, 더 나아가 또 다른 의미의 ‘세계로’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시의 제목인 SUNDAY ELEVEN은 교회의 예배시간인 일요일(주일) 오전 11시를 이질적인 뉘앙스로 표기한 것으로, 종교적 시공간 밖의 다양한 일상을 암시한다.

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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